터키 쿠데타 여파로 난민송환협정 존폐기로 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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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쿠데타 여파로 난민송환협정 존폐기로 섰나
  • 김형대 기자
  • 승인 2016.07.2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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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김형대 기자] 유럽에 닥친 난민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터키와 유럽연합(EU)이 체결한 난민송환협정이 존폐기로에 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터키가 쿠데타를 진압한 뒤에 강행한 후속대응이 반민주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협정의 후속 협상이 사실상 결렬됐다는 판단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당장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관계가 경직되기 시작했다.       

FT는 "터키의 '과도한 대처'가 터키의 '비민주적 경향'을 보여주는 증거로서 유럽의 가치와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EU는 터키에서 그리스로 건너간 난민을 터키로 되돌려 보내고 그 수만큼의 난민을 터키 수용소에서 유럽 각국으로 배분한다는 협정을 지난 3월 체결했다.

그 협정에 따라 EU는 터키의 비자면제 완화 시기를 앞당기고 터키에 자금을 지원하며 EU 가입협상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그러나 터키 쿠데타의 여파로 먼저 비자요건 완화 협상이 아예 끝났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한 EU 관료는 "극좌에서 극우까지 한목소리로 터키와 추진하는 난민 협상을 폐기하라는 요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터키에서 일어나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비자 면제 협상은 정치적으로나 법률적으로 일단 물 건너갔다"고 말했다.

터키가 오랫동안 추진해온 EU 가입에 대해서는 더욱 비관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귄터 크리흐바움 독일 의회 EU위원장은 "비민주적 국가가 EU 회원국이 되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게 쉽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도 최근 에르도안 대통령과 한 전화통화에서 터키 정부의 사형제 부활 방침을 거론하며 "EU 가입 목표와 병행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에르도안 정권을 비판하고는 있으나 메르켈과 연립정부 파트너들이 난민송환협정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슈테펜 자이베르트 독일 총리 대변인은 터키와 협상과 관련, "쿠데타 이전과 이후를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민주화 요구와 난민협정 유지를 구분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폴커 카우더 기독민주당(CDU) 원내대표도 "우리가 이웃을 골라 들일 수 없듯이 특정 문제를 해결하려면 터키에 부탁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인정했다.

독일 싱크탱크 ESI의 게랄드 크나우스 대표는 터키와 맺은 협상이 '신뢰'가 아니라 '상호이익'에 기반을 뒀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측이 협상을 유지하는 데 실익이 있는 만큼 협정의 틀이 아예 깨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은 터키도 유럽에서 나오는 비난에 주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슈타인마이어 장관은 "귀가 뚫렸다면 말귀를 알아들을 테고, 상호 교류로 자연스럽게 태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메르켈 총리도 쿠데타 여파로 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가 상황에 따라 터키에 덜 의존하고 유럽 내 국경 보호에 더 신경을 쓸 수 있다는 EU 관리의 말을 인용했다.

▲ 5월 23일 이스탄불 인도주의 정상회의에서 메르켈 총리의 발언에 경청하는 에르도안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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